‘가난한 이들의 친구’ 교황 프란치스코의 바티칸 교황청 공식 ‘매일 미사 강론집’

 

교황의 하루는 아침 다섯 시 전부터 시작된다. 기도 안에서 그날의 미사 독서를 묵상하며 하루의 자양분을 얻는다. 그가 신자들과 나누고 싶어 하는 것이 바로 이 기도 시간이다. 그런데 이것은 성 베드로 대성당의 장엄한 미사가 아닌, 그의 숙소인 산타 마르타의 집 경당에서 몇 안 되는 이들과 바치는 미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교황의 사목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여기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데, 바로 강론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강론에서 소망의 씨를 뿌리며 우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를 그저 달콤한 말들로 듣지 않도록 주의하자. 교황의 강론은 때로는 단호한 어조이고 때로는 구체적 경고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를 일상의 투쟁 속으로 인도한다. 선명한 표상, 단순한 언어, 명료한 주제, 구체적 제안을 통해 복음의 핵심에 다다르는 교황의 강론은 진리의 단순한 ‘전달’을 넘어선 것이다. ‘프란치스코’의 강론은 하느님과 그분 백성의 대화요 만남이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바티칸 교황청 공식 ‘매일 미사 강론집’


“진리는 결코 홀로가 아닙니다. 항상 사랑과 함께 갑니다!
사랑이 첫 번째 진리예요. 사랑이 없다면 진리는 없습니다.”
_교황 프란치스코


“모든 신자가 이 평일미사 강론집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살아가는 데 자양분을 얻기를 기대합니다.”
_김희중 대주교


산타 마르타의 아침 일곱 시
  한 무리 사람들이 산타 마르타의 집으로 다가온다. 교황 프란치스코가 부르는 대로 하자면 그 집은 ‘기숙사’다. 사람들은 교황이 주례하는 미사를 기다리고 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의 장엄 미사가 아니라 자그마한 경당에서 바치는 ‘가정’ 미사다. 6시 45분, 문이 열린다. 스위스 근위병들이 사람들의 외투를 받아 들고 입장을 돕는다. 두 수녀의 도움으로 공동 집전 사제들이 자신에게 맞는 장백의를 찾고 영대를 두른다. 사람들은 이미 경당에 자리를 잡고 있다. 사제들도 들어가서 첫 줄에 앉는다. 고요하다. 모든 것이 그야말로 대단히 평범하다.


담백하면서 본질적이고, 또 강렬한 전례
  교황은 차분한 모습으로 들어와 제대 앞에 절을 하고 십자성호를 긋는다. 처음에는 여느 미사에 참석하고 있는 느낌이다. 다른 점이 아무것도 없다. 교황과 함께 있는 느낌이 아니라, 보통 본당의 보통 아침 미사에 참여하고 있는 느낌이다. 하얀 빵모자만 그가 교황임을 증명한다. 그 순간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저 신자들과 함께 있는 사제다. 신자들이 구경꾼이 되는 미사가 아닌, 공동체적 역동이 있는 미사가 열린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고 교황은 평온한 목소리로 말한다. “또한 사제와 함께!” 하고 신자들은 답한다.
  미사 전례는 담백하지만, 본질적이면서 또한 강렬하다. 교황은 복음을 선포하고 강론대로 다가간다. 하느님의 말씀 외에 다른 어떤 원고도 없다. 짧은 침묵 후에 교황은 그날의 말씀 속으로 들어간다. 강론은 길지 않다. 집회서의 권고와 같다. “간결하게 말하여라. 많은 것을 적은 말로 하여라”(집회 32,8).


산타 마르타에서 나오는 강론은 무엇인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강론의 본질은 무엇일까? 매일 아침 미사를 거행하고 이 짧으면서도 깊이 있는 강론을 한다는 것이 그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라 치빌타 카톨리카』 와의 인터뷰에서 교황은 답했다. “훌륭한 강론, 참된 강론은 첫 선포에서 시작해야 해요. 곧 구원의 선포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이 선포보다 더 확고하고 심오하고 확실한 것은 없어요. 그런 다음에 교리를 해야지요. 마지막으로 도덕적 결과도 끌어낼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하느님의 구원적 사랑에 대한 선포가 도덕적·종교적 의무에 앞섭니다. 오늘날에는 그 반대의 순서가 더 우세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결국 “중요하긴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예수님 가르침의 핵심을 드러내지 못하는 몇 가지 요소로 복음의 메시지가 축소될 수는 없어요”.


산타 마르타에서 강론을 하는 이는 누구인가
   프란치스코는 무엇보다 설교자를 신뢰에 찬 눈빛과 여유로운 호흡을 지닌 ‘씨 뿌리는 사람’으로 이해한다. 교황은 설교할 때 하나의 소망을 씨 뿌리고 나아갈 길을 보여 준다. 어쩌면 더 다듬어지고 공식적인 연설들보다 산타 마르타의 강론이 가치 있을지도 모른다.
 교황의 말은 그 리듬이 단조롭지 않다. 교황의 말은 침묵을 뚫고 나온다. 교황은 어떤 ‘뜨거운’ 점에 도달하게 되면 긴장의 시위를 힘껏 당기는데, 이때 말은 활기를 띠고 이에 따른 표정과 몸짓도 마찬가지다. 교황의 말은 부단한 기도에서 자양분을 얻는다. 강론대 앞에 서기 전에 개인적 기도로써 준비되는 것이다. “좋은 강론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네 가지는 연구와 기도, 묵상과 창의성입니다”(「복음의 기쁨」 145항).


강론의 양식과 논리는 무엇인가
  프란치스코는 고전적 권고에 따라 모든 강론에 하나의 개념, 하나의 감정, 하나의 표상을 담는다. 교황은 노력이랄 것도 없이 능숙하게 표상을 사용한다. ‘야전병원’으로서의 교회를 비롯하여 ‘분무기 하느님’, ‘제과점 그리스도인들’, ‘기성복 사상’, ‘베이비시터 교회’ 등은 이미 유명해진 표상이다.

  교황은 ‘단순하고 명료하며 적절하고 직접적인’ 강론을 펼치고자 노력한다. 단순함이란 공허한 말을 입에 담지 않기 위해 이해하기 쉬운 언어를 쓰는 것이다. 하지만 명료하려면 단순함으로는 충분치 않다. 강론은 언어가 단순하더라도 논리가 없으면 난잡할 수 있다. 그래서 교황은 『영신 수련』의 수사학적 전통을 따른다. 직선형이 아닌 나선형의 논리로 강론한다. 같은 표현과 표상을 반복하며, 듣는 이의 마음에 전체 논지가 자라나게 한다.

  산타 마르타의 강론에는 강한 메시지와 예리한 ‘경고’도 담겨 있다. 하지만 언어는 언제나 긍정적이다. 하면 안 되는 것을 말하기보다 오히려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제안한다. 문제를 감추지 않고 도리어 드러내며, 하지만 늘 우리 눈앞에 길을 보여 주며 용기를 북돋운다. 프란치스코는 양 떼에게 길을 가리켜 주는 목자다.


그리스도인의 신앙은 하느님과의 인격적 만남이다. 이 만남 없이는 교리적 가르침은 경직되고 공허한 이념으로 전락한다. “우리 하느님은 커다란 것의 하느님이시기도 하고 작은 것의 하느님이시기도 합니다. 우리 하느님은 ‘개별적’이시지요. 모든 사람의 말을 마음으로 들으시고 ‘마음으로 사랑하십니다.’”


  산타 마르타의 집 한구석, 작은 경당에서 교황 프란치스코는 매일의 강론을 통해 영적 스승이 되어 우리를 독려한다. 곧 우리를 그리스도인의 길로 나아가게 한다. 『진리는 만남입니다』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모든 이들을 위한 믿음직한 안내서다.

 

 

 

 


 


 추천의 말 _ 한국천주교회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서문 _ 페데리코 롬바르디
 여는 말: 산타 마르타의 강론 _ 안토니오 스파다로


 교황 프란치스코의 매일 미사 강론

 전례력 색인


 


글쓴이 : 교황 프란치스코Papa Francesco


  본명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Jorge Mario Bergoglio)다. 1936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의 맏이로 태어났다. 1958년 예수회에 입회하여, 1969년 사제품을 받고, 1992년 주교로 서품되었으며, 2001년 추기경으로 서임되었다. 2013년 3월 13일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되었고, 그때 선택한 교황명이 가난한 이들의 성인,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였다.
  저서로는 교황 문헌 『복음의 기쁨』 『찬미받으소서』 『사랑의 기쁨』을 비롯하여, 『마음을 향해 정신을 여십시오』 『눈을 뜨게 하는 것은 사랑』 『다정한 사랑을 강하게 하십시오』 등이 있고, 대담집으로 『나의 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신의 이름은 자비입니다』가 있다.


엮은이 : 안토니오 스파다로Antonio Spadaro
  1966년 이탈리아 메시나에서 출생. 예수회원으로서 잡지 『라 치빌타 카톨리카』의 편집장이자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교 교수이며, 교황청 문화평의회와 매스컴 평의회의 자문위원이다. 최근 저서로는 『베네딕도에서 프란치스코로』 『교황 프란치스코의 구상』 등이 있고, 교황 프란치스코와의 대담집으로 『나의 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미래를 비추십시오』가 있다.

 

옮긴이 : 국춘심
  로마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교의신학 석사, 로마 교황청립 라테라노 대학 글라레띠아눔에서 축성생활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성삼의 딸들 수녀회 수도자이며 평신도와 수도자, 신학생을 위한 교육과 번역, 방송 등의 사도직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Comunione missionaria』 『왁자지껄 교회 이야기』(공저)가 있고, 역서로 『나의 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미래를 비추십시오』 『하느님의 사람 돈 치마티』 『사랑의 마에스트로 돈 치마티』 『파스카적 성을 위하여』 『신의 이름은 자비입니다』가 있다.





평화신문 ㅣ 2016년 10월 23일 ㅣ 리길재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직을 수행한 지 벌써 4년째이다. 교황의 하루는 새벽 5시 전부터 시작된다. 기도 안에서 그날의 미사 독서와 복음을 묵상하며 하루의 자양분을 얻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신자들과 나누고 싶어하는 것이 바로 이 기도 시간이다. 교황은 숙소인 산타 마르타의 집 경당에서 바치는 미사를 통해 사도직 활동의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바로 그날 미사 강론을 통한 복음 선포로 새로운 아침의 문을 연다.


그간 그에 대해 여러 저술가가 쓴 책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참여한 대담집, 축일 미사 강론집 등 교황 말씀과 관련된 다양한 책들이 나왔다. 그러나 그 모든 책에 담긴 교황 가르침의 토대는 바로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펼친 평일 미사 강론일 것이다. 매일의 묵상과 강론에서 솟아난 싹은 이후에 축일이나 다른 중요한 기회에 더 자라나서 교황 특유의 가르침으로 공식 문헌에 들어가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행한 매일 미사 강론을 엮은 책이 우리말로 나왔다. 「진리는 만남입니다」이다.


교황 강론은 하느님과 백성의 대화요 만남이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명한 표상, 단순한 언어, 명료한 주제, 구체적 제안을 통해 진리의 단순한 ‘전달’을 넘어 복음의 핵심에 다다르게 한다.


“성 바오로는 통치를 받는 이들에게 우리가 평온하고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권력의 자리에 있는 모든 이를 위하여 기도하라고 권고합니다. 시민들은 정치에 무관심할 수 없습니다. 선량한 그리스도교 신자는 정치적 삶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정치인들이 백성을 사랑하고 겸손하게 섬기도록 기도합니다”(307쪽).


“예수님께서는 돈에 대한 이 집착에 맞서 아주 엄격하고 강한 말씀들을 하십니다. 두 주인을 섬길 수는 없다고, 하느님이든지 돈이든지 둘 중 하나를 섬긴다고 말씀하시지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알고 계시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며, 들에 백합을 피어나게 하시고 새들을 먹이시는 아버지를 신뢰하고 그분께 내맡기라고 권고하십니다. 비유에 나오는 그 부유한 사람은 계속해서 재물만 생각하는데 하느님께서는 그에게 말씀하시지요.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 너의 목숨이 요구될 것이다!’”(360쪽).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모든 신자가 이 평일 미사 강론집을 통해 하느님 말씀을 묵상하고 살아가는 데 자양분을 얻기를 기대한다”고 추천했다. 특히 강론을 준비하는 사제들에게 이 책을 적극 권장했다.

교황 강론집을 엮은 스파다로 신부는 “산타 마르타에서의 프란치스코 교황 강론에는 강한 메시지와 예리한 경고도 담겨 있지만 언어는 언제나 긍정적”이라며 “하면 안 되는 것을 말하기보다 오히려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제안하고, 문제를 감추지 않고 도리어 드러내며 늘 우리 눈앞에 길을 보여주며 용기를 북돋운다”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