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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iago de Compostela!!
심현몽 마리아 자매는 본당에서 볼 때마다 늘 활기와 생기가 넘치는 분입니다. 사람은 살다 보면 기쁜 일도 있고 괴롭고 힘든 일도 있는
법인데, 마리아 자매는 늘 웃는 얼굴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며 편안하게 해 주는 탈렌트를 가진 분입니다.
어느 날 마리아 자매로부터 산티아고
순례 길을 떠나기 위해 2명의 자매들과 함께 사전 준비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로부터 2달 후 마리아 자매는 함께 가기로 했던 자매들이
일이 생겨서 갈 수 없게 되었고, 결국 혼자서 순례 길을 떠나게 되었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그것은 산티아고 순례
길이 매일 25-35km씩 한 달 이상 걸어야 하는 혹독한 순례 길인데, 작은 몸집의 중년의 자매가 혼자서 어떻게 소화해 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한마디로 기우였습니다. 마리아 자매는 순례 길 처음부터 마치는 날까지 내내 감사로운 마음으로 걸었습니다.
작은 친절이나 고마움, 자연 현상, 우연한 기회까지도 감사하는 삶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례 길도 그녀는 행복하게 걸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마리아 자매를 보면 다음 말씀이 떠오릅니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1테살
5,16-18)
마리아 자매는 매일 순례 길을 걸으며 자신을 만나고, 사람들과 자연을 만나며, 또한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어렵고 고통스러운
순례 길을 걸으며 인생을 정리하고 신앙을 고백하였습니다. 한마디로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매순간 즐기며 순례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
여정을 기록한 이 책은 그림을 그리듯이 자세하게 그리고 사실적으로 표현하면서도 내면의 상태를 솔직하게 드러내 주어, 마치 신앙고백의 대서사시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특히 마리아 자매의 고유한 내면적인 열정을 표현했기에 더욱 아름답게 기술되었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책을
손에 잡으면 마치 마리아 자매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되고 맙니다. 하느님의 자녀가 된 이후 생애
최고의 시간들을 보내며 무사히 순례를 마친 마리아 자매에게 아낌없는 찬사의 박수를 보냅니다.
끝으로 이 책을 통해 마리아 자매가 느끼고
체험하며 감사와 행복을 드렸던 순간들은, 앞으로 그곳을 순례하려는 이들뿐만 아니라, 가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훌륭한 간접 순례의 길을 선사하리라고
믿습니다. 바라건대 이 책을 통해 많은 분들이 각자 인생길에서 주님의 영광을 만나고 영적으로 거듭 태어나 감사와 기쁨의 삶을 살아가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Deo gratias! Amen.
2012.12.
천주교 도봉산 성당 주임신부 최희수 프란치스코
머리글
근원으로의 초대
모든 길을 끝내고 나니 어느 사이 연금술사가 되어 있었다. 존재의 근원이신 그분! 그분께서 세상을 6일 만에 완성하신 천지창조의 순간 모든 것은 처음부터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이 길이든 사람이든 혹은 사랑이든지 간에. 그분께서는 근원으로 나를 초대하셨다. 처음의 하와가 된 것이다. 눈물이 많아졌다. 샘으로 인도하셔서 눈을 씻어 주시어 눈물샘을 터 주셨던 것이다. 눈물의 순수하고 깨끗함, 맑고 밝음을 보라 하셨다. 천지의 근간을 그리 보라 하셨다. 존재 자체이신 당신을 닮은 사람 형상을 만드시고 숨을 불어넣으심은 그건 곧 사랑이라, 목숨과도 같은 사랑이다. 그 사.랑. 목숨 다하여 이루라고 하신다. 예전에 납이었던 나는 그분의 초대로 금이 되었고 태초의 하와로 되돌아갔다. 천지창조를 하실 때 연금술도 같이 창발하신 것이다. 영광의 그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구나.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지금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나를 바라다보는
시간은 필요한 것 같다. 한 문장이 끝나고 마침표를 찍은 후 다음 문장을 쓰기 전에 펜을 놓고 길을 떠나야 한다. 홀로이 길 떠나는 나그네가
되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쓰는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 문장의 마침표도 찍고 다시 펜을 들어 쓰는 문장은 사랑에 닿아 있음을 감사히 여기는
글로 드러나게 되리라. 나.처.럼.
2011년 11월. 제주 올레 걷기 축제를 열고 있었다. 6코스의 주상절리와 멀지 않은 곳에서는 남성 중창단이 성악을 하고 있었고
올레꾼들은 자유롭게 앉거나 서서 구경하고 있었다. 구경하는 자리로 걸어오시는 나이 지긋하신 부부의 분위기가 남다르다. 걷는 재미에 들려 있다고나
할까? 아무튼 즐기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그분들에게 앉았던 자리를 양보하며 “두 분 같이 걸어오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요.” 말하니 “우리
둘이서 산티아고를 다녀와서 그리 보이셨나 봅니다.”라고 말씀하신다. ‘산티아고?’ 산티아고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툭 튀어 오른다. “어머, 저도
4년 후 회갑 기념으로 그 길을 가려 하는데요.” 하며 관심을 보이자, “뭐 그리 멀리 잡으십니까? 내년에 당장 가세요.” 하시면서 카미노
블로그를 적어 주신다. “여기에 글 올려놓았으니 보세요.” 적극적으로 말씀하시는 모습에 열정이 넘쳐난다.
2012년 8월. 그로부터
10개월 만에 산티아고 길에 서게 되었던 것이다.
난생 처음 알게 된 그 길, 카미노 데 산티아고(야고보의 길)가 나에게 온 것은
사랑하는 제주의 올레 길을 다 걸어 보고 난 후였다. 그 올레 길을 만들게 된 모태가 ‘산티아고’라는 서명숙 씨의 고백을 듣고부터는 꿈으로
잉태되어 다가오기 시작했다. 꿈은 계속 자라나서 제주를 닮았을 그 길을 걸어 보고 싶다는 열망으로 커져 갔다. 꿈꾸는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듯
꾸었던 꿈을 풀어내는 과정은 꿈이 아닌 현실의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산티아고(야고보 성인의 스페인식 이름) 길은 천 년 전에 만들어진
순례 길이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의 한 사람이며 성경에 제배대오의 아들이라 기록되어 있는 야고보가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후 그분을 증거하고자
전도를 하기 위해 걸었던 노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천주교 신자로서의 소망이 생기며 그 전설의 길을 순례의 의미로 승화시키며 열의를 더해
갔다.
제주를 좋아해서 올레를 알고 하느님을 경외하는 아녜스와 데레사는 같이 동행할 것을 결의했다. 그때가 2012년 2월의 어느
날이었다. 우리는 9월 1일 출발할 것과 50일의 여정을 결정해 놓고 카미노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6개월 정도의 준비 시간이 주어져 있었던
것이다. 아녜스와 데레사 구역의 수유동 성당에서 순례 길 출정 미사를 드리면서 준비에 들어갔다. 그곳은 내가 세례 받은 곳이기도 하다.
주님께서는 협조자 1호를 보내 주셨다. 내 구역 도봉산 성당의 마르타 부부이다. 그들은 2년 전에 카미노를 마쳤기에 우리에게 기꺼이 도움을
주고자 했다. 우리 또한 선배의 경험담을 듣고 싶어 했고 미지의 순례 길에 대한 기대감으로 자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그런 시간들이 하느님
안에서 감사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름 각오와 준비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리 만만한 길은 아니라는 것을 책으로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프랑스의 루르드를 거쳐 피레네 산맥을 넘어가서 스페인 서북부에 걸쳐 있는 산과 강과 들을 지나 야고보 성인의 유해가 있는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까지 800km를 가야 한다. 거기서 다시 야고보 성인의 유해를 실은 배가 도착한 것으로 추정되는 바다 끝 묵시아까지
120km를 더 가자면 총 920km를 걸어 내야 하는 힘겨운 여정을 우리들에게 예고하고 있었다. 어디서 어떻게 출발해야 하는지, 하루에
얼마만큼씩 며칠 동안 걸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디를 끝으로 되돌아와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했다. 50일 동안 지고 다녀야 하는 배낭의 짐들도
효율적으로 챙겨야했다. 꼭 넣어야 하는 것과 빼도 되는 것들을 여러 차례 재어 가며 정리를 했다. 무엇보다 배낭의 무게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돈도 필요하니까 곗돈을 모아가며 경비를 마련했다. 또 걸으러 가는 길이니만큼 자주 만나서 걷기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도봉산과 그 길을
이어 북한산 자락에 마련된 북한산 둘레 길은 물론 지리산 둘레 길도 3일씩 종주하며 모든 컨셉트를 오직 산티아고 카미노에 집중시켰다. 모든 것은
감사한 가운데 어려움 없이 이루어져 갔다. 우리는 그 가운데에서 미지에 대한 두려움의 옷을 입고 희망이라는 실을 풀어 가면서 상반된 이데올로기를
맞이했던 것이다.
어느새 4개월이 지나가고 출발 시점을 2개월 남겨 놓게 되었다. 이제 지금까지 준비한 것들을 더 집중해서 정리하고
실행할 때가 되었을 즈음이었다. 묵지근한 것이 쿵! 소리를 내며 심장을 압도하는 것처럼 혼란스러운 사건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것은 셋이 아닌
혼자서 가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어찌 해 볼 수도 없이 기정사실화되어 버린 상황 앞에서 그 길을 걸어 보고자 준비한 모든 것을 놓아 버릴 자신이
없었다.
이제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고 더 알뜰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각오는 생겨났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하여 풀어 나갈지 난감하기만
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줄 몰랐다. 아녜스는 영어도 잘하고 인도에서 2년 동안 명상을 하고 온 분이다. 그래서 아녜스가 모든 것을 준비하기로
했던 것이다. 영어도 못하고 비행기 표 한 장도 제대로 예약 못하는 내가 그 길을 어찌 간다고 이리 나서는 것인지 내 자신이 생각해도 무모한
일이었다.
그러나 어찌하랴. 그 길을 가고 싶어 열망에 사로잡힌 나는 사랑을 이루지 못해 상사병에 걸린 사람처럼 열병에 시달렸으니
말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우선, 인터넷을 열고 ‘산티아고’를 검색하며 길 아닌 길을 찾아 헤맸다. 그 길을 안내해
주는 여행사를 알았고 산티아고 카미노를 소개한 최근의 글도 읽게 되었다. 여행사와 통화하고 직접 찾아다니기도 하면서 45일의 일정을 잡고 그에
필요한 것들을 예약했다. 누구도 도와줄 사람이 없는 그 길을 가자면 몸도 마음도 정신도 놓아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남겨진 2개월은 모든 것을
집중하여 그 길을 예습하는 시간들로 채워졌다. 그곳에 대한 책도 되는대로 읽었다. 길에 대한 구간별 특징과 몇 킬로미터를 가서 쉼을 해야 하는지
꼼꼼히 노트 정리도 했다.
긴장된 속에서도 한편으로는 세상사를 약간 비켜서서 지내는 시간들이 참 좋았다. 결코 우연만은 아닌 기적과도 같이
이루어지는 준비 과정은 그분의 사랑이 나에게 닿아 있음을 절감케 했다. 언제나 주님께서는 나와 함께하신다는 것을 알기에 간절한 기도의 끈도 놓지
않았다. 그랬다 기도만이 이 모든 어려움을 완화시켜 주는 완충제였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신다고 하셨지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리오니 산티아고 길에서 성모님을 만나게 하여 주소서. 그리하여 성가정을 이루어 주신 것에 감사하게 하소서. 온유하고,
의롭고, 거룩하며, 자유롭게 하여 주시어 하늘나라의 기쁨을 나누는 자 되게 하소서. 건강을 꼭 지켜 주시고 하루하루의 은총을 모아 주님께 영광
드리는 시간도 허락하여 주소서. 아멘.’
이렇게 기도와 함께하는 길은 시작되었다.
005 추천의 글 / 도봉산 성당 주임신부 최희수 프란치스코
007 추천의 글 / 사랑의 신앙고백을 하는 나(我)를 사랑할 줄 아는 여인
도봉산 성당 제9대 사목회장 이한주 요셉
순례를 준비하며
015 머리글 근원으로의 초대
021 시작글 Camino
de Santiago!
025 루르드에서 주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036 순례 시작 전 1/2 이 길에서
행복하기를
순례를 시작하며
039 첫째 날 론세바예스
043 둘째 날 라라소냐
048 셋째 날
시수르-메노르
053 넷째 날 푸엔테-라-레이나
060 다섯째 날 에스테야
065 여섯째 날 토레스-델-리오
073 일곱째
날 로그리뇨
077 여덟째 날 나헤라
085 아홉째 날 산토-도밍고-데-라-칼사다
092 열째 날 벨로라도
096 열한째
날 아게스
101 열두째 날 부르고스
112 열셋째 날 온타나스
116 열넷째 날 보아디야-델-카미노
122 열다섯째 날
카리온-데-로스-콘데스
129 열여섯째 날 테라디요스-데-로스-템프라리오스
134 열일곱째 날 엘-부르고-라네로
138 열여덟째
날 푸엔테-비야렌테
143 열아홉째 날 레온
151 스무째 날 오스피탈-데-오르비고
157 스물한째 날
라바날-데-카미노
165 스물두째 날 폰페라다
171 스물셋째 날 트라바델로
180 스물넷째 날 포이오 언덕
185
스물다섯째 날 사리아
190 스물여섯째 날 리곤데
197 스물일곱째 날 아르수아
201 스물여덟째 날 몬테-도-고소
208
스물아홉째 날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순례를 마무리하며
220 선물 하나 피니스테라 3일
232 선물 둘 그리고,
묵시아
238 파티마까지 아베~ 아베~ 아베 마리아
247 징검다리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의 그림 2198번
253 카미노 이후
다시 카미노에 서다
260 마침글 마음 속에 깃든 사랑
● 저자 : 심현몽 마리아
1956년 2월생. 신비롭고 아름다운 태몽을 꾸신 어머니께서 ‘현몽’이라 이름지어 주셨다. 이름처럼
꿈꾸기를 좋아해서 문학을 꿈꾸고 불혹의 나이에 방송대학교 국문과 졸업의 꿈을 이루었다.
다시 산티아고 순례길을 꿈꾸고 그 꿈을 풀어낸
걸음걸음을 책으로 엮었다.